캐롤 카더월러더: 디지털 쿠데타의 경고, 빅 테크와 데이터 권력의 위험


TED 컨퍼런스의 문을 연 캐롤 카더월러더의 강연은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녀의 핵심 주장은 우리가 ‘디지털 쿠데타’ 한가운데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대 기술 기업 리더들의 결합이 미국에 새로운 종류의 독재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인 문제를 넘어 미래의 권력 지형을 뒤흔들 ‘땅따먹기’와 같습니다.

디지털 쿠데타의 실체

카더월러더는 트럼프 취임식 당시 그의 뒤에 서 있던 기술 기업 리더들의 사진을 ‘인질극 상황에 처한 테크 형제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실리콘밸리가 현 행정부에 포섭되었으며, 이들이 위법적인 행위에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이러한 협력은 공모라기보다는 러시아의 올리가르히들처럼, 경쟁자일지라도 권력과의 관계를 통해 생존하고 이익을 얻으려는 필요성에서 발생한다는 분석입니다.

전통적인 쿠데타에서 군부가 방송국을 장악하듯, 현대에는 거대 기술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인지하고 실리콘밸리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했습니다. 규제 완화라는 ‘당근’으로 사업 확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불복종 시 어려움을 겪게 만들겠다는 ‘채찍’으로 이들을 통제하려 합니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 중 하나로, 일론 머스크가 행정부 초기 미국 재무부에 ‘사이버 부대’를 보내 국가 금융 데이터에 불법적으로 접근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카더월러더는 실리콘밸리의 ‘크랙 코카인’이라 불리는 데이터는 한번 손에 넣으면 되돌릴 수 없는 권력의 원천이며, 이는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를 뛰어넘는 위험한 권력 장악 시도라고 경고합니다.

빅 테크의 ‘빠르게 움직여 망가뜨리기’ 철학

실리콘밸리의 오랜 철학인 ‘빠르게 움직여 망가뜨리기(Move fast and break things)’는 순진한 혁신을 넘어 ‘법을 어기고 처벌받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규제 당국이 따라잡기 전에 일을 벌여 기정사실로 만들고, 그 피해는 이미 발생해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카더월러더는 이러한 ‘치외 법권’ 의식이 현재 미국 정부의 불법적인 행위(예: USAID 예산 삭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권위주의 국가의 사례에서 보듯, 이러한 불법 행위가 계속될수록 권력은 더욱 공고해지고 저항하기 어려워지므로 지금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AI 시대, 데이터 소유와 활용의 위험

AI 발전의 핵심은 데이터이며,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사용자 데이터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카더월러더는 데이터가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피, 뼈, 피부’처럼 개인의 일부이며, 한번 유출되면 되찾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현재 환경에서 데이터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가치가 무엇인지, 어디로 흘러갈지 불투명하며, 기업의 과거 행적(예: 불법적인 데이터 스크래핑)을 볼 때 이를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23andMe 같은 유전자 정보나 생리 주기 추적 앱의 데이터가 사용자에게 불리하게 무기화될 수 있음을 최근 사례를 통해 경고합니다. AI 플랫폼이 사용자 신뢰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과거에 무단으로 데이터를 수집한 기업의 행태는 신뢰를 쌓기 어렵게 만듭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데이터 사용에 접근해야 할 시점입니다.

창작자의 권리 침해와 SLAPP 소송의 위협

AI가 작가나 예술가의 스타일을 학습하여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은 기존 저작권 및 재산법에 대한 도전입니다. 카더월러더는 Chat GPT가 자신의 TED 강연 스타일로 내용을 만들어낸 사례를 들며, 이는 자신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며 창작자의 경제적 모델을 위협한다고 비판합니다. 비록 추후에 대형 미디어사들이 보상 계약을 맺기도 하지만, 이는 이미 데이터가 무단으로 사용된 후에 이루어진 것이며, 개인 창작자들은 협상력이 없어 정당한 보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기술 변화로 규칙이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근본적인 법 원칙인 ‘훔치지 말라’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이는 사회 질서를 해치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카더월러더는 자신의 브렉시트 관련 보도로 인해 겪었던 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소송 경험을 통해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비판적인 언론인이나 단체를 침묵시키기 위해 제기되는 무기화된 소송과 온라인상의 증오 캠페인은 미국에서도 확산될 조짐을 보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소송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법적 절차와 TED의 지속적인 콘텐츠 공개라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았던 경험을 공유하며, 이는 미국 내 다른 언론인과 단체들에게 닥칠 수 있는 경고라고 말합니다.

기술은 정치, 정치는 기술

카더월러더는 이제 기술과 정치는 분리될 수 없다고 역설합니다. 권력이 소수의 기술 기업에 집중되고 이들이 특정 국가 권력과 연합하는 상황에서,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닌 권력의 재편입니다. 그녀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이 무력감을 느끼기보다 자신의 힘을 자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독려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가디언을 떠나 독립 언론을 시작하려는 그녀의 계획은 광고나 알고리즘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지원 기반의 독립 언론이 정보 혼돈 시대에 필수적이라는 신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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