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아닌 기술의 시대: 미래 에너지 패권은 왜 ‘통제 불능’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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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아닌 기술의 시대: 미래 에너지 패권은 왜 ‘통제 불능’이 될까?
인류의 역사는 연료에 의해 결정되어 왔습니다. 누가 그 시대의 지배적인 연료를 발견하고, 통제하며, 소비하는지에 따라 세계의 판도가 바뀌었죠. 석유 카르텔 OPEC이 미국에 공급을 끊으려 했던 1970년대의 유류 파동은 당시 지도자들에게 연료가 곧 권력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켰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 전환의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과연 미래 청정에너지 시대의 ‘OPEC’은 누가 될까요? 구리, 리튬,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통제하는 자가 새로운 패권을 쥘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료 안경’은 깨졌습니다. 이번 전환은 또 다른 지배적인 ‘연료’로의 이동이 아니라, ‘기술’로의 전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모든 것을 바꿀 것입니다.
과거 에너지 패권의 그림자: ‘연료 안경’ 너머를 보다
지난 세기, 연료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였습니다. 1970년대 OPEC의 석유 공급 중단 시도는 순식간에 공황과 경기 침체를 불러왔고, 이는 당시 젊었던 현재의 세계 지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들은 연료가 곧 힘이라는 것을 뼛속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미래 청정에너지의 패권은 구리, 리튬, 흑연, 코발트,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을 통제하는 자에게 있을 것이라 예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연료 안경’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특정 지배적 ‘연료’가 아닌 ‘기술’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변화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왜 이번 에너지 전환은 다른가? ‘기술’의 네 가지 특징
아프리카에 대규모 분산형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CrossBoundary Energy의 사례에서 저는 이 전환의 본질을 깨달았습니다. 연료와 달리 기술은 훨씬 덜 실존적이며, 더 순환적이고, 더 대체 가능하며, 더 풍부합니다. 마다가스카르의 외딴 마을 톨라냐로(Tolagnaro)의 사례를 통해 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이곳은 한때 중유 발전기에 의존했지만, 이제 CrossBoundary는 태양광, 풍력, 배터리로 구성된 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로 전력을 공급합니다.
1. 덜 실존적(Less Existential): 지속적인 공급의 압박에서 벗어나다
오펙(OPEC)과 같은 석유 카르텔이나 가상의 ‘핵심 광물 카르텔(PPF)’이 공급을 중단하려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과거 톨라냐로에서는 전력 공급이 즉시 끊기고 마을과 광산이 멈췄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로 전환된 후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연료 기반 세계에서는 끊임없는 연료 공급이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기술 기반 세계에서는 다릅니다. 오래된 리튬 배터리는 계속 작동하고, 구리 전선은 새로운 구리 공급 없이도 계속 전기를 전도합니다. 새로운 재료의 지속적인 공급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것이죠.
2. 더 순환적(More Circular): 기술은 ‘사용’될 뿐 ‘소비’되지 않는다
석유 에너지의 약 0%가 재활용될 수 있습니다. 한번 태우면 사라집니다. 하지만 기술은 태우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기술의 90% 이상은 재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마다가스카르로 운송된 풍력 터빈은 사실 리퍼비시(재활용/재생)된 제품이었습니다. 2050년까지는 재활용 공급만으로도 신규 재료 수요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3. 더 대체 가능(More Fungible): 하나의 자원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성
기술은 또한 매우 유연합니다. 이번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거의 모든 투입 재료는 다른 풍부한 재료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구리는 알루미늄으로, 배터리의 코발트는 철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시적으로 가격이 급등했을 때 이러한 대체가 이미 일어났습니다. 특정 핵심 광물에 접근할 수 없더라도, 대체 가능성의 힘은 성장을 계속하게 합니다.
4. 더 풍부함(More Abundant): 지구는 생각보다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재료들이 매우 풍부합니다. 2050년까지 매년 약 2억 3천만 톤의 최종 사용 재료를 추출해야 하지만, 이는 현재 매년 추출되는 80억 톤 이상의 석탄, 50억 톤의 석유, 30억 톤의 천연가스에 비하면 훨씬 적은 양입니다. 구리, 리튬, 흑연, 코발트와 같은 재료는 수요를 쉽게 초과할 만큼 풍부하게 존재합니다. 심지어 ‘희토류’도 사실 희귀하지 않습니다. 이는 지구 지각에 지질학적으로 풍부하며, 우리는 이제 막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했을 뿐입니다.
OPEC은 없을 것이다: 왜 ‘재생에너지 카르텔’은 실패할까?
앞서 언급한 기술의 특성들, 즉 덜 실존적이고, 더 순환적이며, 더 대체 가능하고, 더 풍부하다는 점은 공급이 풍부하고 수요가 탄력적일 때 통제력은 항상 일시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역사상 구리 카르텔들은 여러 번 시도되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공급이 풍부하고 수요가 탄력적일 때 카르텔은 ‘왕좌의 게임’ 등장인물만큼 짧은 수명을 가집니다. 재생에너지에는 OPEC과 같은 카르텔이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래의 강대국은 ‘무엇을 통제하는가’가 아닌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 제조 분야의 ‘사우디아라비아’는 존재할까요? 역시 그렇지 않습니다. 제조 능력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당신이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미래의 강대국은 재료를 통제하고 다른 이들의 성장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국가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비교 우위에 집중하고, 모두에게 필요한 자원을 발견하고 잠금 해제하며, 필요한 기술을 발명하고 구축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전 세계에 판매하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착취자가 아닌 탐험가이며, 걱정하는 자가 아닌 건설자이고, 정복자가 아닌 혁신가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연료 안경’을 벗어던집시다. 미래 청정에너지의 패권은 누가 쥘까요? 정답은 ‘아무도 아니다’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모두가 될 수 있다’입니다. 에너지의 미래는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공유되고, 추출되는 것이 아니라 구축되며, 우리 모두의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