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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의 사람들이 의미와 안전, 소속감을 찾고 있고, 광범위한 가상 세계, 가상 경제, 게임 문화가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저는 그 답이 바로 ‘게임 컬트(Game Cults)’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컬트 현상이란?

혹시 ‘또 비디오 게임과 폭력을 연결하는 이야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과 폭력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이미 설득력이 없다고 결론 내려진 낡은 생각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비디오 게임이 점차 미래의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는 주된 ‘플랫폼’이자, 때로는 기묘하고 때로는 매우 영향력 있는 미래 사회 운동의 구성원을 모집하는 핵심 ‘통로’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왜 하필 게임일까요? 게임은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플레이어들에게 공유된 목표와 정체성을 부여하며,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특정 이념이나 목적을 가진 집단이 구성원을 규합하고 결속력을 다지는 데 매우 효과적인 환경을 제공합니다. 특히 가상 세계 내에서 형성된 유대감은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어설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나타나고 있는 신호들

우리는 이미 이러한 현상의 초기 형태들을 주변에서 목격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게임 컬트’라는 이름으로 명확히 인식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 좀 더 가벼운 예로는 특정 게임 팬덤이나 아이돌 팬덤(예: BTS 팬들)이 온라인 게임이나 커뮤니티 활동 방식을 차용하여 현실 정치 이벤트(예: 도널드 트럼프 유세)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 더욱 우려스러운 예로는 헤즈볼라와 같은 무장 단체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이념을 선전하고 전투 기술을 간접적으로 훈련시키기 위해 맞춤 제작된 비디오 게임 ‘특수 부대(Special Forces)’를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 또한, 백인 우월주의와 같은 극단주의 단체들이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와 같은 인기 FPS 게임의 온라인 토너먼트를 개최하여 자신들의 이념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구성원을 물색하고 모집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종종 단순히 게임 내 활동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은 디스코드(Discord) 서버, 유튜브(YouTube) 채널, 팟캐스트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을 활용하여 게임 플레이어들을 자신들의 커뮤니티로 유인합니다. 게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형성된 친밀감과 신뢰는 이러한 외부 채널을 통해 극단적인 이념이나 급진적인 행동 양식으로 빠져들게 하는 ‘깔때기(funnel)’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왜 지금, 누가 논의해야 하는가?

‘게임 컬트’와 같은 현상은 단순한 게임 이슈를 넘어선 사회 문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현상이 가진 의미와 잠재적 영향에 대해 지금 당장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디지털 세계에서의 새로운 사회적 역학 관계를 이해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게임 개발자 및 디자이너는 자신들의 플랫폼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또한,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 스스로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게임 커뮤니티 내에서 접하는 정보와 이념을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부모님들께 드리는 당부

특히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자녀가 살아가는 디지털 세계, 그중에서도 게임 세계를 단순히 ‘놀이’로 치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가능하면 자녀와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며 그들이 어떤 세상에서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지 직접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 속에서 접하는 다양한 메시지, 커뮤니티의 분위기, 그리고 그 속에서 자녀가 느끼고 배우는 것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이는 자녀가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게임 컬트’와 같은 집단에 빠져드는 것을 예방하고, 건강한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게임 컬트 시대의 도래에 대비하며

가상 세계와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게임이 사회의 중심부로 들어오면서 ‘게임 컬트’와 같은 새로운 사회 현상은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게임 문제로 축소하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대비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역학 관계를 이해하고,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가상 세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