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빚어낸 가족: 리치 벤자민이 ‘Talk to Me’ 회고록에서 파헤친 아이티와 미국 가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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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TED 회원 여러분. ‘TED Talks Daily’ 호스트 엘리스 휴입니다. 오늘 ‘TED Talks Daily 북클럽’ 최신판에서 여러분과 함께하게 되어 기쁩니다. 아이디어를 매일 전달하는 저희 팟캐스트의 특별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본 대화에는 폭력 및 성폭력에 대한 언급이 포함될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음소거하거나 자리를 뜨셔도 됩니다.

리치 벤자민과 회고록 ‘Talk to Me’

오늘의 게스트는 미국의 문화 비평가, 인류학자, 작가인 리치 벤자민입니다. 그는 2015년 TED 강연 ‘Searching for Whittopia’로 유명세를 얻기도 했습니다. 리치 벤자민은 또한 1957년 아이티 대통령으로 임명된 지 불과 19일 만에 쿠데타로 축출된 다니엘 피니놀의 손자입니다. 그는 이 충격적인 가족사 속에서 자랐지만, 오랫동안 거의 알지 못했습니다. 2010년 아이티 방문 이후에야 비로소 자신을 형성한 이 역사를 탐구하고, 어머니가 차마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밝혀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의 새 회고록 ‘Talk to Me: Lessons from a Family Forged by History’는 12년간의 깊은 탐구를 통해 완성된 결과물입니다. 이 책은 아이티와 미국의 이야기, 그리고 이 놀라운 역사 속에서 흑인 게이 이민자로 성장한 경험을 담고 있습니다.

숨겨진 가족의 역사

1957년 6월 14일, 미국 아이젠하워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쿠데타의 일환으로 다니엘 피니놀과 그의 아내는 아이티 군인들에게 납치되어 국외로 빼돌려졌습니다. 일곱 명의 자녀들은 포르토프랭스의 군 막사에 억류되었다가, 이모와 수녀들의 도움으로 도미니카 공화국을 거쳐 브루클린의 크라운 하이츠에서 부모와 재회했습니다. 피니놀 가족이 겪은 엄청난 트라우마와 폭력은 평생 그들을 따라다녔습니다.

리치는 오랫동안 가족의 과거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습니다. 그 역시 아이티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기능 부전’, ‘에이즈 만연’, ‘보트 피플’ 등)을 내면화했기에 적극적으로 묻지 않았고, 어머니 역시 침묵했습니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은 그에게 더 이상 침묵할 수 없게 만들었고, 가족의 역사를 파고들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진실을 파헤치는 여정

리치는 거의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방대한 기록들을 통해 가족의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가족들의 편지, 언론 보도, 심지어 CIA 기록까지 포함되었습니다. 특히 CIA 요원들이 할아버지를 감시한 기록들은 그의 여정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는 아이티 기록 보관소가 파괴된 후, 미국 기록 보관소에 의존했고, 정보 공개를 위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벌여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할아버지 다니엘 피니놀의 복잡한 면모를 마주했습니다. 대중적으로는 아이티 국민의 삶 개선을 위해 헌신한 ‘포르토프랭스의 모세’로 칭송받았지만, 사적으로는 자녀와 아내에게 학대적이었고 결국 가족을 버렸습니다. 리치는 이러한 이중성을 할아버지가 겪었던 식민지배(1915-1934년 미국의 아이티 점령)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더욱 가슴 아픈 진실은 그의 어머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억류 중 군인들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아버지가 이를 믿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평생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했고, 이것이 그를 삶에서 지워낸 주요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리치는 어머니가 유니세프에서 젊은 여성들을 돕는 일을 선택한 배경에 이러한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역사와 현재의 연결

리치는 자신의 가족사가 현재 미국과 전 세계의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 그의 책과 현재 상황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유산: 미국이 아이티를 식민지화하고 내정에 개입했던 역사는 오늘날 아이티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이고 제노포비아적인 태도, 그리고 트럼프의 발언과 같은 미국 예외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이어집니다.
  • 이민 문제: ‘Whittopia’ 연구에서 발견했듯이, 이민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며, 정책 담론과 현실 간의 괴리가 큽니다. 리치는 이민자에게 공정하면서도 현지 주민들의 우려를 이해하는 ‘인도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 스토리텔링의 힘: 리치는 이야기가 사회적 분열을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며, 통계를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고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의 책 역시 독자들이 자신의 가족사와 연결될 수 있도록 쓰였습니다.
  • 안전하지 않은 교육: 할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배운 ‘교육은 안전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교훈은 리치가 편안한 영역을 벗어나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려는 시도(예: 과거 폭스뉴스 출연)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그는 현재의 정치 환경에서는 기본적인 안전조차 위협받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생존과 회복탄력성

리치는 자신의 책이 단순히 트라우마 서사가 아니라, 생존자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역사의 격랑 속에서도 살아남고, 역경 속에서 길을 찾아낸 사람들의 회복탄력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어머니가 겪은 고통을 딛고 젊은 여성들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선택한 것에서 큰 회복탄력성을 봅니다. 그의 책은 고통스러운 이야기 속에서도 생존과 회복력, 그리고 기쁨의 순간들을 찾아내려는 시도입니다.

이 책을 통해 리치는 아이티계 미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더 큰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또한, 역사가 우리를 빚어내지만, 우리 역시 역사를 만들어갈 능동적인 행위자임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키며, 현재의 어려운 시기에도 역사의 수동적인 몽유병자가 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리치 벤자민의 ‘Talk to Me’는 한 가족의 숨겨진 고통스러운 역사를 통해 개인과 역사의 관계, 세대 간 트라우마,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회복탄력성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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