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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일을 하고 예술가가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종종 ‘완전히 새로운 것’을 무에서 창조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작가이자 아티스트인 오스틴 클레온(Austin Kleon)은 그의 저서 <아티스트처럼 훔쳐라(Steal Like an Artist)>에서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스타일, 작업 방식, 또는 작업 주제에서 영감을 ‘훔쳐서’ 그것들을 조합하고 섞어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적 목소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스틴 클레온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창의적인 철학을 깊이 탐구해 보겠습니다.
아티스트처럼 ‘훔친다’는 것의 의미
‘훔친다’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지만, 오스틴 클레온의 맥락에서는 다릅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단순히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작업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오스틴 클레온은 자신이 처음으로 유명해진 ‘신문 검은 시(Newspaper Blackout Poems)’를 예로 듭니다. 신문 기사에서 일부 단어만 남기고 나머지를 검게 칠해 시를 만드는 이 작업은, 기존의 형식(신문 기사)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형태(시)로 변형시킨 것입니다.
창의적 가계도 만들기: 영감의 근원을 찾아라
자신이 하는 일이 이미 다른 누군가가 했던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오스틴 클레온은 이를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자신의 ‘창의적 가계도’를 탐색해야 할 기회입니다. 즉, 자신이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나 작품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들은 또 누구에게서 영감을 받았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탐색은 자신의 작업에 깊은 ‘뿌리’를 제공하고, 나아가 자신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데 도움을 줍니다. 선배 아티스트들이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혹은 그들이 함께 협업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하는 것은 강력한 창의적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천재’가 아닌 ‘협업체’: 창의성은 함께 자란다
음악가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말을 인용하며, 오스틴 클레온은 창의성이 ‘천재(Genius)’라는 고독한 개인의 능력보다는 ‘협업체(Seniors)’라는 집단적인 힘에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작품들과 협업하고, 현재의 관객과 소통하며, 심지어 미래의 독자들과도 협업합니다. 책이나 글은 독자가 그것을 펼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 것처럼 말이죠. 따라서 창의적인 작업은 항상 협력적인 과정이며, ‘새로운 것은 없다’는 고대 이집트나 성경의 지혜처럼 모든 창의적인 작업은 기존의 것 위에 세워집니다.
아이디어 수집가의 자세
만약 모든 것이 기존의 것 위에 세워진다면, 아티스트의 일은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머릿속에서 짜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것’이 됩니다. 세상으로 촉수를 뻗어 흥미로운 것들을 붙잡고, 그것들을 작업 공간으로 가져와 용접하듯 조합하는 것입니다. 마치 영화 <에일리언>이 ‘우주 공간의 유령의 집’이라는 기존 아이디어를 새로운 맥락에 옮겨 놓은 것처럼, 아이디어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변형되고 새로워집니다. ‘훔치기’ 비유는 우리가 세상의 작은 조각들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고,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는 태도를 갖게 합니다. 세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은 창의적인 사람에게 필수적입니다.
명사보다 동사: ‘무엇이 될까’보다 ‘무엇을 할까’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되고 싶다’,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명사’에 집착하지만, 정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동사’를 실천하지 않습니다. 오스틴 클레온은 ‘무엇이 될까’라는 명사적 고민보다 ‘무엇을 할까’라는 동사적 실천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명사는 타인을 위한 것이고, 동사는 자신을 움직이는 힘입니다. ‘작가가 되는 것’은 심리적 부담이 크지만, ‘오늘 글을 써보는 것’은 훨씬 가볍습니다. 그의 다음 책 제목이 될 <그것을 예술이라 부르지 마라(Don't Call It Art)>처럼, ‘예술’이라는 명사에 얽매이지 말고 그저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릴 때 결과물이 아닌 그리는 과정 자체에 몰두하는 것처럼 말이죠.
삶과 예술을 분리하지 마세요: 가족, 취미, 그리고 일상의 힘
오스틴 클레온은 가족과 창의적인 삶을 분리하지 않고 ‘큰 스튜 냄비’처럼 함께 끓인다고 말합니다. 특히 아이들은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어린 예술가’로서 창의적인 영감을 줍니다. 익숙한 일상도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보면 새롭고 경이롭게 다가옵니다. (예: 잔디, 벌레 – 월트 휘트먼이 <풀잎>에서 했던 것처럼)
또한, 무언가를 ‘돌보는’ 행위는 그것에 대한 사랑과 의미를 키웁니다. 친구 롭 워커(Rob Walker)의 책 <관찰의 기술(The Art of Noticing)>에 나오는 ‘일주일간 무언가를 돌보기’ 과제처럼, 작업을 꾸준히 ‘출석하여 돌보는’ 것은 영감이 없을 때에도 작업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아들이 소파에 그린 해골 그림을 아내가 자수로 덧입혀 소중한 작품이 된 일화처럼 말이죠. 취미의 중요성 역시 강조됩니다. 취미를 ‘전업화’하려 하지 말고 그저 즐기는 것(아마추어리즘)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됩니다. 어려운 문제에 막혔을 때, 억지로 파고들기보다 취미 활동 등으로 잠시 놓아두면 무의식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간은 중요한 자원입니다. 잠시 쉬거나, 15분 휴식을 취하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창의적인 집중력은 하루 3~4시간이 한계이므로, 나머지는 다른 활동으로 채우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완벽함에 대한 강박 버리기: 불완전함의 미학
많은 창작자들이 완벽한 결과물을 목표로 하지만, 오스틴 클레온은 우리가 사랑하는 예술이나 사람들에게서 발견하는 것은 종종 불완전함이라고 지적합니다. 불완전함은 오히려 관객이 작품 속으로 들어와 소통하도록 이끄는 ‘틈’이 됩니다. 일본의 와비사비(Wabi-sabi)나 킨츠기(Kintsugi)처럼 금이 간 부분을 금으로 이어 붙여 그 흔적을 드러내는 미학은 불완전함을 포용하는 좋은 예입니다. 펑크록이나 즉흥 코미디처럼 ‘실수’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선물’처럼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태도는 창의적인 작업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세상이 보고 싶어 하는 기괴함(weird)이 되라”는 그의 말처럼, 약간의 이상함이 작업을 흥미롭게 만듭니다.
적절한 ‘긴장감’ 역시 중요합니다. 게으름과 규율, 이미지와 언어처럼 상반된 힘 사이의 적절한 긴장 속에서 강력한 창의적 에너지가 나옵니다. 기타 줄이 너무 느슨하면 소리가 안 나고, 너무 팽팽하면 끊어지는 것처럼, 적절한 긴장 상태가 음악을 만들어냅니다. 창의적인 삶에서도 내면의 반대되는 힘을 이해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신의 예술은 세상을 구하지 않는다, 사람을 구한다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기에 예술 활동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오스틴 클레온은 예술이 ‘세상’을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개인’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위로하고 영감을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호기심을 갖고, 세상을 관찰하며, 꾸준히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로도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6개월 전 할 가치가 있었다면 지금도 그럴 것입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 비공개 작업 공간
새로운 시도나 초보 단계에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창피함이 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비공개 작업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마음껏 시도하고 실패할 수 있는 ‘안전한 실패’의 장소가 필요합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새 재료를 연습하는 것처럼, 일기 쓰기, 취미 활동, 사이드 프로젝트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무지함’이 가능성을 열어주듯 (<시민 케인>의 오손 웰스), 결과에 대한 부담 없이 그저 ‘해보는 것’에서 새로운 발견이 일어납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린 후 쉽게 버리는 것처럼,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일기장처럼 마음껏 솔직하고 ‘나쁠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스틴 클레온의 창의성 철학은 완벽하고 고독한 천재 신화를 벗어나, 현실적이고 실천적이며 연결된 창작의 여정을 제시합니다. 다른 이들의 영감을 받아들이고, 삶과 작업을 통합하며, 불완전함을 포용하고, 꾸준히 ‘만드는’ 행위 자체에 집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만의 의미 있는 예술을 창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