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기만 한 기후 뉴스, 더 이상 외면하지 않는 법: 공감을 이끌어내는 소통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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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기만 한 기후 뉴스, 더 이상 외면하지 않는 법: 공감을 이끌어내는 소통 전략

저는 고백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매년 기후 변화의 현황과 미래를 알려주는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서가 나올 때마다 헤드라인이 쏟아지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종종 그 기사들을 클릭하거나 읽지 않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 부끄러운 고백이죠. 이는 제가 IPCC의 놀라운 연구를 존경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저는 그들의 작업을 진심으로 믿고 지지합니다.

하지만 제가 왜 그 기사들을 클릭하지 않는지 저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유로 외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두려움’ 때문입니다. 때로는 이 문제에 대해 늘 다루다 보면 “우리는 망했어”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너무 전문적이거나 압도적인 내용에 사람들은 이미 지쳐있죠. 바쁜 일상 속에서 왜 굳이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 읽어야 할까요? 이는 저널리스트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도전 과제입니다. 왜냐하면 기후 변화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더 많은 뉴스를 접할수록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후 뉴스 외면의 불편한 진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8개국에서 사람들이 기후 뉴스를 매월이 아닌 매주 접할 때, “기후 변화가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자신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나 “더 많이 오염시킨 부유한 국가들이 더 적게 오염시킨 빈곤 국가보다 기후 변화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사실 등을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즉, 기후 변화 뉴스를 더 많이 소비할수록 사람들의 기후 지식은 실제로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캐나다 캘거리, 석유 및 가스 산업 도시 출신이며 에너지 산업을 취재하다가 기후 변화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사람들이 제 기사를 클릭하거나 읽지 않는다는 같은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 클릭률 뒤에 숨겨진 현실을 보는 것은 때로 매우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 충격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옥스퍼드 기후 저널리즘 네트워크의 새로운 접근

2022년, 저는 옥스퍼드 대학교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 소속된 새로운 프로젝트, 옥스퍼드 기후 저널리즘 네트워크(Oxford Climate Journalism Network)에 합류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가 단순히 하나의 ‘주제’나 ‘취재 분야’가 아니라 모든 것을 아우르는 ‘렌즈’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저널리스트로서 기후를 다루어야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6개월마다 50~60개국에서 온 100명의 저널리스트들을 온라인으로 모읍니다. 이들은 편집장부터 경제, 금융, 스포츠, 문화 분야의 기자들, 그리고 기후 전문가들까지 다양한 직책과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6개월 동안 우리는 과학, 금융뿐만 아니라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각도에서 기후를 탐구하며, 이를 통해 각자의 분야에서 기후에 대한 기존의 가정을 다시 질문하게 돕습니다. 현재 3년 만에 600명의 저널리스트가 참여했으며, 우리는 이제 기후 소통에 대한 몇 가지 효과적인 시작점을 찾았습니다. 이 방법들은 비단 저널리스트뿐만 아니라 여러분의 삶과 산업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후 소통을 위한 세 가지 핵심 전략

1. ‘당신의 망고’를 찾아라: 공감대 형성의 시작

우리의 첫 번째 시작점은 ‘당신의 망고를 찾아라(Find Your Mango)’라는 개념입니다. 이는 이집트의 한 편집자가 “올해 이집트 망고가 왜 이렇게 맛이 없지?”라는 질문을 던진 데서 유래했습니다. 물론 답은 기후 변화였습니다. 이처럼 기후 변화가 삶과 생계뿐만 아니라 스포츠, 음식, 문화 등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중요한 것들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커피가, 캐나다에서는 스키가, 그리고 많은 곳에서는 망고가 기후와 연결되는 ‘망고’가 됩니다. 우리는 이처럼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통해 기후 변화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2. 기후 보도는 ‘전염성’이 있다: 숨겨진 연결점 찾기

두 번째 전략은 ‘기후 보도는 전염성(Climate coverage is contagious)이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 전담 데스크를 만들거나 기자를 새로 고용해야 할지 묻지만, 우리는 기존에 하고 있는 일을 먼저 살펴보라고 조언합니다. 지역 기자들은 물 문제를, 경제 기자들은 에너지 가격이나 보험 문제를, 스포츠 기자들은 폭염으로 인한 경기 취소 등을 이미 다루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기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AFP는 극심한 기상 현상을 기후 변화와 연결할 수 있는 스타일 가이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사 안에 작은 맥락을 추가하고 점들을 연결하여 독자에게 이해를 돕는 것입니다. 거창한 기후 보도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3. ‘선제적’으로 대응하라: 다가올 미래를 위한 준비

세 번째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라(Be proactive)’입니다. 과거에는 과학 기자가 기후 재난이 터지면 그제야 반응하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변했습니다. 우리는 산불이나 폭염이 매년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가올 일을 안다면 준비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마치 올림픽이나 선거를 준비하듯이 말입니다. 올해 인도 선거에서 극심한 더위는 투표소의 유권자들뿐 아니라 취재 기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파리 올림픽에서도 40도 이상의 폭염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수들과 관중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 미리 고민하고 보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감을 주는 기후 이야기들

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두 가지 기사 시리즈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데이비드 오언(David Owen)이 ‘더 뉴요커’에 쓴 “위대한 전기 기술자 부족(The Great Electrician Shortage)”입니다. 이 기사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모든 것을 전기로 바꿔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전기 기술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는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직업 선택, 노동 시장, 그리고 대학에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에 대한 삶의 실질적인 질문과 연결됩니다.

두 번째는 아일랜드 공영 방송 RTÉ의 필립 브롬웰(Philip Bromwell)이 만든 “기후 영웅들(Climate Heroes)”이라는 짧은 영상 시리즈입니다. 이 영상들은 지역 사회에서 무언가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순회 공연을 다니는 기후 코미디언, 기후 운동가로 변신한 프로 럭비 선수, 생물 다양성 이야기, 폐기물 처리 방식을 바꾸는 지역 기업 이야기 등 매우 짧고 편안하게 볼 수 있으며 기분 좋게 만드는 영상들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IPCC 보고서 같은 중요하고 심층적인 기사를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후 문제가 너무나 커졌기에, 이제는 두 가지 모두를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역할: 유용한 정보 제공과 희망의 메시지

이 모든 것이 매우 단순하고 쉬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일의 성공의 경계는 매우 높습니다. 바로 ‘기후 변화를 멈추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것보다도 이것은 실패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기후 저널리스트들이 매일 씨름하는 감정입니다. 그러나 성공의 경계가 높다고 해서 우리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유용하고 좋은 정보를 제공하여 사람들이 삶에 대한 실질적이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입니다.

오늘 아이들과 공원에 가는 것이 안전한지, 너무 덥지는 않은지, 직업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미래는 어떻게 될지 같은 구체적인 결정들 말입니다. 이런 것들을 볼 때 우리는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청중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선제적으로 행동하며, 연결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청중과 더 깊이 연결되고, 사람들이 기후 문제에서 더 이상 눈을 돌리기 어렵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