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쟁, 서양 음악 그리고 세대를 잇는 자장가: 전통의 불꽃을 지키는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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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쟁, 서양 음악 그리고 세대를 잇는 자장가: 전통의 불꽃을 지키는 음악 이야기
음악은 단순히 소리의 조합을 넘어, 우리 삶의 이야기와 문화를 담아내는 강력한 매개체입니다. 고대 중국의 아름다운 현악기, 고쟁(Guzheng)의 선율부터 현대 대중음악의 강렬한 비트까지, 한 음악가의 특별한 여정을 통해 전통과 현대, 그리고 세대를 초월하는 음악의 진정한 힘을 탐구해봅니다. 당신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선사할 이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실까요?
서양 음악과의 첫 만남: 10대 스타의 탄생
어린 시절,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러했듯 저 역시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악기인 기타와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 세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고대 중국의 역사 깊은 현악기 고쟁(Guzheng)이 아닌, 서양 악기가 제 음악적 여정의 시작이었죠. 기타로 작곡한 노래가 당시 중국 최고 인기 음악 프로그램인 ‘중국호가곡(Zhōngguó Hǎo Gēqǔ)’에 소개되면서, 제 인생은 16살에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마치 ‘한나 몬타나’처럼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하룻밤 사이에 스타가 된 저는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제 음악은 어디에서나 들려왔습니다. 어릴 적 존경하던 전설적인 음악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데뷔 앨범으로 권위 있는 ‘화어방중방(Huá Yǔ Bǎng Zhōng Bǎng)’, 즉 ‘중국 음악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 음악가인데, 내 음악은 너무 서구적이다. 중국적인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투(Tu)’와 ‘양쯔(Yangtzi)’ 사이에서: 정체성 고민
이러한 정체성 혼란은 단순히 저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중국 사회에는 전통적인 것을 ‘구식’이거나 ‘촌스럽다’고 여기는 ‘투(Tu)’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투’는 문자 그대로 ‘흙’ 또는 ‘땅’을 의미하지만, 그 의미는 종종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됩니다. 반대로 ‘양쯔(Yangtzi)’라는 단어는 ‘유행을 따르는’, ‘멋진’, ‘아방가르드한’ 것을 의미하며, 문자 그대로 ‘서양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것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평가절하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였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비단 중국만의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임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세대의 손에서 수많은 음악적 전통이 사라져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연결고리가 없다면, 어떻게 전통을 보존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제게 깊은 영감을 주었고, 저는 제 뿌리를 다시 찾기 위해 전통 악기와 민속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고쟁(Guzheng)을 통한 뿌리 찾기: 전통의 창의적 재해석
고쟁을 배우면서 저는 단순히 전통 음악을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연주하는 것을 넘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창의적인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전통 민요와 저의 자작곡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시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전통이 과거에 갇힌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함께 숨 쉬고 발전할 수 있는 생명력 있는 예술임을 느꼈습니다.
구스타프 말러는 “전통은 잿더미를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불꽃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음악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설 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까지 초월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음악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 각자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음악, 시공간을 초월하는 다리: 할머니와 자장가 이야기
음악이 인간 기억의 한계를 넘어, 심지어 우리의 의식 너머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직접 경험했습니다. 할머니께서 알츠하이머를 앓으시면서 더 이상 말로 소통할 수 없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불러주시던 자장가가 있었습니다. 이 자장가는 할머니의 어머니로부터, 그리고 또 그 어머니로부터 4세대에 걸쳐 전해 내려온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 자장가 멜로디를 부를 때마다 할머니는 멜로디를 알아보시고는 저와 함께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정말 따뜻하고 소중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최근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지만, 제가 이 자장가를 부를 때마다 저는 여전히 할머니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마치 할머니께서 여전히 저와 함께 노래를 부르시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음악을 통해서만 존재하는 어떤 공간 속에서 말이죠.
이처럼 음악은 우리가 잊고 있던 소중한 연결고리를 다시 찾아주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전통을 지키고 재창조하며, 우리의 삶에 음악이 선사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경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