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걸의 ‘광기’는 정말 광기일까? 열정에 대한 사회적 이중 잣대

축구 경기장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골을 넣자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남자. 우리는 그를 보며 ‘진정한 팬의 열정’이라고 칭송합니다. 하지만 저스틴 비버 콘서트에서 자신의 우상을 보며 감격에 겨워 눈물을 쏟는 여자는 어떤가요? ‘병적이다’, ‘측은하다’, ‘미쳤다’는 비난을 받기 일쑤입니다. 이 극명한 이중 잣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왜 우리는 남성의 열광은 ‘사랑’으로, 여성의 열광은 ‘광기’로 쉽게 치부하는 걸까요?

팬덤을 향한 이중 잣대: ‘여성적’ 열정은 왜 비하될까?

오랫동안 저 역시 팬걸을 바라보는 시선에 알 수 없는 의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어딘가 ‘좀 이상하다’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죠. 하지만 이 이중 잣대를 깨닫는 순간, 저의 그런 호기심이 바로 사회가 주입한 판단들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여성의 열정을 묘사할 때 ‘미쳤다’, ‘사이코’, ‘히스테리컬하다’ 같은 단어들을 너무나도 쉽게 사용합니다. 이러한 언어는 여성의 감정과 행동을 비이성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것으로 규정하며, 결국 그들의 순수한 열정마저 폄하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남성의 열정은 ‘스포츠 정신’, ‘단결력’, ‘순수한 몰입’ 등으로 미화되지만, 여성의 열정은 ‘지나친 감정 표현’, ‘비이성적인 행동’, 심지어 ‘정신적 문제’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서사는 여성의 감정 표현을 억압하고, 특정 방식으로만 열정을 표출하도록 강요하는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용어 사용의 문제를 넘어, 젠더에 기반한 깊은 사회적 편견과 맞닿아 있습니다.

‘미쳤다’는 낙인이 여성의 자아 인식에 미치는 영향

만약 소녀들이 자신의 열정을 표현할 때마다 ‘미쳤다’거나 ‘히스테리컬하다’는 말을 일상적으로 듣는 세상에서 자란다면, 그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게 될까요? 이러한 언어는 은연중에 여성은 남성보다 이성적 능력이 부족하고,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지적으로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고 가르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는 소녀들이 자신의 직관과 감정, 그리고 지적 호기심을 스스로 불신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잠재력을 위축시키고,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여성의 관심사와 흥미가 ‘철없는 행동’이나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될 때, 그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숨기거나 검열하게 됩니다. 이는 개인의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한 사람의 관심사와 열정이 존중받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그 어떤 깊이 있는 성찰이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팬걸에게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 편견을 넘어 존중으로

우리가 열정을 묘사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요? 여성의 지성, 흥미, 그리고 능력치를 깎아내리는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요? 어쩌면 우리는 팬걸들을 비난하기보다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팬걸들은 자신이 사랑하고 몰입하는 대상에 대해 놀라운 열정과 헌신을 보여줍니다. 이는 삶에 대한 깊은 애정과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현재의 기쁨을 만끽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말처럼, 팬걸의 열정은 삶의 유한함을 인식하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무언가에 온전히 몰입하고, 그 안에서 순수한 행복을 찾는 능력은 오히려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일 수 있습니다. 이제는 그들의 열정을 ‘광기’로 치부하며 폄하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수한 감정이자 강력한 문화적 에너지로서 존중하고 이해해야 할 때입니다.

팬걸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재조정하고, 그들을 향한 사회적 편견과 비하의 언어 사용을 멈춥시다. 그들의 열정은 결코 ‘광기’가 아니며, 존중받아 마땅한 순수한 감정이자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판단하기보다 이해하고, 비난하기보다 배우며, 진정한 열정의 가치를 함께 찾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