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관계, 사회를 움직이는 힘: ‘공유된 지식’의 모든 것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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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관계, 사회를 움직이는 힘: ‘공유된 지식’의 모든 것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불멸의 이야기, ‘벌거벗은 임금님’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 어떻게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어린아이가 “임금님은 벌거벗었어요!”라고 외쳤을 때, 사람들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침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순간, 모두가 다른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다른 사람들도 자신들이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이 ‘공유된 지식’은 임금님에 대한 사람들의 관계를 순종적인 존경에서 조롱과 경멸로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공유된 지식이란 무엇인가?
개별 지식(Private Knowledge)이 ‘나도 알고 너도 아는 것’이라면, 공유된 지식(Common Knowledge)은 ‘나도 그 사실을 알고, 너도 그 사실을 아는데, 더 나아가 나는 네가 그것을 안다는 것을 알고, 너는 내가 그것을 안다는 것을 알고, 나는 네가 내가 그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아는 것’과 같이 무한히 반복되는 논리적 위계를 포함합니다.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이 개념은 인간 사회의 협력, 관계, 그리고 다양한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입니다.
조정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공유된 지식
공유된 지식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조정(Coordination)’에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셀링(Thomas Schelling)의 고전적인 예시를 들어볼까요? 맨해튼에서 헤어진 한 부부가 연락 수단 없이 서로를 찾아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남편은 아내가 서점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내도 남편이 카메라 가게에 갈 것이라고 생각할 것을 예상합니다. 이처럼 서로의 생각을 계속해서 추측하는 복잡한 과정 속에서, 부부는 결국 한곳에서 만나기 어렵습니다. ‘나는 네가 내가 어디로 갈지 안다는 것을 안다’는 식의 무한한 추측은 우리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듭니다.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한 에피소드에서 피비가 레이첼에게 “그들은 우리가 그들이 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장면처럼, 이러한 무한한 지식의 층위는 실제로는 다루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공유된 지식은 ‘무언가가 공개적이고, 명백하며, 모두에게 알려져 있다’는 단순한 직관을 통해 포착될 수 있으며, 이는 직접적인 의사소통으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헤어진 부부의 경우, 휴대전화 한 통이면 충분하죠. 사실, 이러한 조정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종의 언어 진화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습니다.
공유된 지식 달성을 위한 메커니즘
공유된 지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형성되거나 촉진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주요 메커니즘들입니다.
- 공개적 사건: 직접적인 의사소통이나 공표된 행위를 통해 모두가 정보를 동시에 알게 되는 경우입니다. 휴대전화 통화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 중심점 (Focal Point): 특별히 합의된 바 없지만, 각자가 다른 사람도 동일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명백하고 두드러진 지점이나 대상입니다. 셀링의 예시에서 그랜드 센트럴 역의 큰 시계탑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관습 (Convention):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기로 한 암묵적인 합의입니다. 달리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는 것이 그 자체로 이유가 됩니다. 도로의 운전 방향, 화폐의 가치 인정 등이 일상적인 관습의 예시입니다. 내가 종이 한 장을 옛 의자와 바꾸는 것은, 내 식료품 상인이 그 종이를 식료품과 교환해줄 것을 알고, 그 식료품 상인은 다시 공급업자가 그것을 받아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 속 공유된 지식의 힘
집단 행동과 사회 운동
독재자들이 대중 시위를 두려워하는 기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간디는 “10만 명의 영국인이 3억 5천만 명의 인도인들을 통제할 수 없다면, 인도인들이 협력을 거부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각자가 아무도 동참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면 협력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공개 시위에서 각 시위자는 다른 시위자들이 다른 시위자들을 본다는 것을 보며, 이 공유된 지식은 저항을 조직화할 수 있게 합니다. 구소련 시절, 붉은 광장에서 백지 전단지를 나눠주다 체포된 남자가 “무엇을 말할 게 있나요? 너무나 명백한데요”라고 말했던 농담의 핵심은, 그가 ‘전복적인 공유된 지식’을 만들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금융 시장의 버블과 공포
투자의 세계에서도 공유된 지식은 중요합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는 투기적 투자를 신문 미인 대회에 비유했습니다. 승자는 가장 예쁜 얼굴을 고른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은 다른 참가자들이 고른 얼굴을 고른 사람입니다. 이는 각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들의 선택을 예상하며, 본질적인 가치 때문이 아니라 더 큰 바보에게 이익을 남기고 팔 수 있기를 바라며 투자를 하는 ‘과도한 순환적 정신 활동’을 유발합니다. 2022년 슈퍼볼 광고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래리처럼 되지 마세요. 놓치지 마세요!”라고 외친 것은, 암호화폐의 장점을 선전하기보다 가격 상승에 대한 ‘공유된 기대’를 조성하려 한 것입니다. 하지만 자산이 오로지 공유된 기대만으로 공중에 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의심 자체가 공유된 지식이 되면 버블은 터지고, 이는 뱅크런이나 대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말한 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닌, 공유된 지식에 대한 통찰이었습니다.
인간 관계와 사회 규범의 형성
관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조정 게임입니다. 두 사람이 친구, 연인, 동맹 또는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되는 것은 각자가 상대방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공유된 지식은 시선 맞춤, 얼굴 붉히기, 웃음 같은 다양한 신호들을 통해 굳건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을 때는 공유된 지식을 억압하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속내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은유나 완곡어법을 사용해 의도를 숨기죠. “저희 집에 와서 에칭 그림 좀 보실래요?”라는 옛날식 수작은 오늘날 “넷플릭스 앤 칠(Netflix and Chill)”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완곡어법의 요점은 ‘그럴듯한 부인(plausible deniability)’이 아니라 ‘공유된 지식의 부인(deniability of common knowledge)’입니다. 만약 해리가 샐리에게 “와서 섹스할래?”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면, 샐리가 거절했을 때, 이제 해리는 샐리가 해리가 샐리에게 성적 접근을 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을 압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친구 관계라는 허구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직설적인 말은 ‘되돌릴 수 없다’는 직관의 이면에 숨어있는 논리입니다.
또한, 우리는 법으로 명문화되거나 경찰이 강제하지 않지만, 모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존재하는 ‘규범(Norms)’에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예의 바름, 정직함, 개인적인 복수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 등이 사회적 규범의 예시입니다. 국가 간 관계에서도 영토의 불가침, 정복의 비허용, 핵무기 사용 불가와 같은 규범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규범들은 오로지 ‘공유된 수용(common acceptance)’에 의해 지지되며, 노골적으로 무시되거나 심지어 느슨하게 이야기되기만 해도 붕괴될 위험이 있습니다.
공유된 지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광범위하게 우리 삶과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보의 교환을 넘어, 인간의 협력, 관계, 금융 시장의 흐름, 그리고 사회적 규범까지 형성하는 강력한 힘입니다. 이 복잡하면서도 명백한 논리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주변의 많은 현상을 통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